박신후 오롤리데이 대표 초청 특강을 마치고...
1.
오롤리데이는 문구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파는지에 대한 감을 잡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온라인 강의도 하고, 팝업 스토어도 열고, 여느 문구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정작 그들이 전하고 싶은 것은 '행복'이라는 가치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들이 만드는 노트나 다이어리 굿즈는 그저 그런 행복을 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2.
그들은 정말 열심히 소통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5만여 명의 팔로어를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을 해커에게 빼앗겼을 때, 중국 회사가 그들의 브랜드를 그대로 카피해 대형 매장을 열었을 때 아마도 소리없이 무너지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소통의 힘이 찐팬을 만들어냈고, 수억에 달하는 소송 금액을 펀딩할 수 있게도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통'이라는 가치를 그들은 너무나 생생하게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3.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방법은 무서울 정도로 디테일합니다. 각자의 할 일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고, 각자의 공헌을 아주 자주 인정하고 축하해줍니다. 심지어 실패까지도 거리낌없이 얘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노출하기 원치 않는 직원들의 의견도 존중하죠. 물론 이 모든 과정에 리더에겐 부담이 될 겁니다. 그러나 리더인 박신후 대표는 이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이것이 오롤리데이의 가장 큰, 그러나 보이지 않은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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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열심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끊임없이 고객을 참여시키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자신들이 어떤 식으로든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대상을 소중히 여기기 마련입니다. 심지의 그들의 찐팬이 직원이 되기도 하지요. 다양한 SNS와 뉴스레터로 끊임없이 소비자들과 소통합니다. 이 역시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공수가 들어가는 일이에요. 이 어려운 일을 오롤리데이는 해내고 있더라고요.
5.
무엇보다 오롤리데이는 '자기 성찰'을 아는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신후라는 사람이 있지요. 10년 간 회사를 대표해온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칩니다. 자기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무엇을 해야할지 알기에 알멩이는 지켜가며 끊임없이 껍데기를 바꿀 수 있었겠지요. 스몰 브랜드는 어떤 의미에서 퍼스널 브랜딩이란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입니다.
6.
특강을 통해서 정말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질의 응답이 많은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건 아마도 강연자가 열린 마음으로 진정어린 소통을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의 오롤리데이는 '스몰'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직원만 해도 40여 명이 넘어가니까요. 그러나 그 시작과 성장의 과정은 스몰 브랜드가 배워야 할 지혜들로 가득했습니다.
7.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의 일관성은 어찌 보면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에서 비롯됩니다. 오롤리데이에겐 행복이 그 핵심가치겠지요. 그러나 이런 가치는 자칫하면 구호나 리더의 생각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그 가치를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경험'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롤리데이는 그런 의미에서 엄청난 빅 브랜드임에 분명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건강하고 가치있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어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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