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제목이다. 내가 싫어하는 글쓰기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인 것도 틀림없다. 물론 제목은 사실이다. 나는 지난 주말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전문과 과정'이라는 제목의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총 3개월 12주간 12개의 주제로 강의와 워크샵과 실제 컨설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가격은 290만원, 물론 부가세는 별도다. 그리고 이틀 간 5명이 정원인 이 강좌에 6명이 신청해주었다. 총 1800만 원 정도의 매출(순익)이다. 생각보다는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이게 전부라면 굳이 내가 이 글을 쓸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빨리, 쉽게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정 개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신청을 받기 전날 밤 11시 무렵이었다. 스몰 브랜드의 브랜딩에 관한 12개의 글 중 10개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그동안 이 12개의 프로세스로 정리한 12개의 브랜드에 관한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스토리 형태로 정리한 다른 글들 보다 한 브랜드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다. 각각의 단계에 따라 그동안 정리해온 워크시트를 정리해보았다. 게다가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총 12번의 브랜딩 강의를 무료로 해온 경험이 있었다. 브랜드에 관한 1권의 단행본과 3권의 전자책도 썼다. 브런치에는 총 1500여 개의 글을 썼다. 몇 년간 써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브런치 서비스가 막 오픈한 시점이었을 것이다. 브런치북 은상과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60여 개의 브랜드를 컨설팅했다. 이 정도라면 3개월간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안 2개를 만들고 바로 구글 폼을 열어 신청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문득 옛날 일을 떠올렸다.
2018년 초여름의 어느 날, 나는 멋도 모르고 브랜드에 관한 글을 쓰는 회사에 팀장으로 입사를 했다. 7년 간 남모르는 맘 고생을 하며 브랜드와 글쓰기를 배웠다. 이후 7년 간 또 한 번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컨설팅이라는 생소하고 어려운 일을 계속해왔다. 다행인건 이 일이 재밌다는 거였다. 15년 간 이 일을 해오면서 힘도 들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지금도 나는 심심하거나 무료하면 브랜드 하나를 정해 역사와 정보와 컨셉과 슬로건과 로고를 찾아다닌다. 몇 시간에 걸쳐 해당 브랜드를 섭렵한 후 글 하나를 쓴다. 이게 어렵지 않은건 15년 간 쌓인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 브랜드에 관한 모호한 윤관석을 뚜렷하게 그리고 색칠을 하는 작업인 셈이다. 일종의 컬러링 작업이랄까? 나는 이 작업을 하면서 한 번도 지루해본 적이 없다. 챔피언스 리그보다, 올림픽보다, 월드컵보다 재밌다.
많은 사람들이 월천을 꿈꾼다. 그런 이들에게 이틀 동안 2천만원을 벌었다고 하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까? 그런데 과연 듣고 나서도 내가 거쳐온 과정을 따라하려고 할까? 솔직히 의문이다. 많은 이들이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전자책을 쓰고, 커뮤니티를 만든 후, 강의를 통해 누구나 월천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규모를 키워 연회비 천 만원의 협회를 만든다. 하지만 나는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이야기에 흥미가 없다. 모든 친구들이 다단계를 할 때도 나만 꿋꿋이 버틴 이유가 있었다. 내 가치와 철학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대신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100여 명의 작은 브랜드를 모아 '스브연'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49만원인 연회비를 내면 총 12명의 명 강사 강연과 브랜드 수업, 개별 컨설팅,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다. 그런데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자칫하면 내 돈이 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사들의 강사료를 지급하고 나면 12번의 모임을 할 수 있는 비용이 겨우 남는다. 그런데 나는 100여명의 회원들을 일일이 컨설팅해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혼자서는 힘든 일이다. 돈은 둘째 치고 약속을 지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좌를 열기로 한 것이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은 사람들을 키워 함께 컨설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게 된 것이 이 과정이다. 이미 사업을 해본 분들이다. 다만 브랜딩이라는 용어가 생소할 뿐이다. 현업 디자이너분도 계시니 금상첨화다. 나는 올해 말까지 최소한 10여 명의 수강생들을 배출할 생각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현실화된 입회비를 걸고 더 좋은 강사,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일종의 스몰 브랜드를 위한 플랫폼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관련 전문가와 교수님, 현업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실무자들을 모실 생각이다. 그러니 내가 오늘 시작한 일은 꿈꾸는 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도이고 성과인 셈이다. 나는 항상 이 플랫폼 사업의 미래를 상상하며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최소 한 시간은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1,000만원 입회비를 받는 다양한 협회와 모임과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 유용함에 대해서는 내가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가격이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가치이다. 남들이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쉽게 돈을 벌어 빌딩을 올리는 사람들이 부럽지도 않다. 나는 지금이 내 일이 즐겁다. 개인사업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 기업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법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 재밌다. 쉽지는 않지만 가치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보잘 것 없는 조언으로 얼굴빛이 달라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희열을 느낀다. 돈은 결과이다. 옳은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온다는 나이키의 10번째 선언을 믿는다. 그러니 눈 앞에 보이는 수익에 현혹되지 말라. 그 뒤에 이를 뒷받침할만한 경험이 있는지 살펴보라. 그 앞에 사람들을 흥분시킬만한 비전이 있는지 찾아보라. 적어도 나는 그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같은 뜻을 품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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