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창업을 준비한다면 이 사람처럼...
10년 간 외식업에서 일해온 한 이사님을 만났다. 그는 지금 독립해 새로운 브랜드의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내 흥미를 끈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의 준비가 너무도 치밀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오랫동안 블로그에 '외식업'에 관한 글을 써왔다. 보통의 사업가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들의 일을 기록하지 않는다. 마케팅에 관련된 일이라면 외부에 공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써온 결과 하나의 팬덤을 만들었다. 특히 브랜드의 신규 입점을 위해 부동산과 상권을 발품을 팔아 돌아다닌 내용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업 시작 전, 이미 그는 나름의 팬덤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반발짝은 앞서 있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블로그보다 더욱 파괴력 있는 인스타그램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브랜드들에 관한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그 결과 지금은 수십만 원을 받고 홍보하는 인플루언서의 자리에 이미 올랐다. 그는 이런 인스타그램을 10여 개 정도 더 운영할거라고 한다. 향후 오픈할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런칭 후 인플루언서들에게 돈을 부는 브랜드들과는 사업의 진행 방식이 다르다. 입지와 아이템을 정하고 사업을 시작한 후 마케팅과 브랜딩을 생각하는 것의 역순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스몰 브랜드일수록 브랜딩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해왔다. 내 업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몰 브랜드는 오롯이 그 브랜드의 힘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인력도 자본도 노하우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스몰 브랜드는 시작부터의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 아이덴티티와 컨셉, 나아가 홍보와 마케팅에 관한 대안을 들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대표 홀로 그 모든 일을 감당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스몰 브랜드 연대라는 모임을 만든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서로 도와가며 생존하고 성장해보자는 취지인 것이다.
사실 오늘 만나는 이사님은 한 번의 창업 경험이 있었다. 지금도 별도의 개인 법인을 두고 꾸준히 새로운 창업을 준비해왔다. 그가 선택한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이 사업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벤치마킹한 브랜드와 강점과 약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뿐더러, 그에 대한 대안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트렌드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오죽하면 회사 이름을 '잠수함 속 토끼'라고 지었을까. 잠수함을 만들 때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싣는 동물이 바로 토끼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위험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몰 브랜드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잠수함 속 토끼가 아닐까. 그가 지켜본 성공한 브랜드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트렌드를 감지하고 그 위에 올라타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트렌디한 브랜드는 지속가능이 어렵다. 한때 시장을 주름잡던 브랜드가 불과 수년 만에 어려움에 처하고 마는 것이 외식업 브랜드의 특징이다. 오래 가는 브랜드, 그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고려해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그를 보면 마음 속으로 탄성이 나온다. 그는 말한다. 사업의 목적은 자신의 촉과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라고. 내가 이 분의 일을 돕기 위해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에겐 스몰 브랜드의 성공 모델이 필요하다. 브랜딩으 과정이 왜 필요한지를 성공으로 답할 수 있는 브랜드, 나는 그런 브랜드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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