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연의 네트워크 파티 진행을 위해 간만에 신촌에 나갔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유난히 눈에 띄는 매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탕후루 매장이었습니다. 저도 이미 먹어본 맛이기 때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궁금했죠. 왜 2023년 들어 유난히 이런 가게가 자주 눈에 들어오는지를 말이죠. 그러나 '탕후루 가게가 왜 많아졌을까?' 는 좋은 질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런 거겠죠. '왜 사람들은 저렇게 달디 단 디저트에 열광하는 것일까?' 입니다. 앞선 질문이 트렌드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의 질문은 '사람'에 관한 것인 셈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브랜딩의 시작은 Why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가게나 식당이라도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대답으로 마무리하는 건 곤란합니다. 그건 누구나 아는 대답입니다. 그래서 매력이 없지요.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선명한 브랜드는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언제나 자신과 시장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일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나'에게서만 시작된다고 하면 그건 반쪽짜리입니다. 자기 만족이고 공급자적인 마인드인 셈이에요. 만일 사업의 주체인 그 사람이 엄청나게 매력적이라면 그건 괜찮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죠. '매력'이란 결국 시장의 필요와 욕망을 담고 있다는 전제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와 세상의 욕망을 동시에 담아낼 더 큰 Why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이지요.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창업자는 '왜 사람들은 동물원에 오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동물원의 본질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죠. 그리고 그 답을 단순한 동물의 '전시'가 아니라, 동물들이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생태'라는 본질에서 찾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동물원의 동물을 보며 늘 이런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가지죠. 저 안에 갖혀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 동물원의 동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죠. 이렇듯 '본질'에 천착하면 새로운 답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차별화'인 셈이죠.
자주 드린 얘기지만 어떤 스마트 스토어 운영자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칫솔의 본질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칫솔이란 어떤 칫솔일까?' 그리고 TV에 나온 치과 전문의들에게서 그 답을 찾습니다. 가장 좋은 칫솔은 '제때 교체하는 칫솔'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그는 손잡이에 1월, 2월, 3월이라는 월표시를 새깁니다. 자신이 얼마나 그 칫솔을 오래 썼는지 좀 더 쉽게 알려주기 위함이었죠. 그리고 중국산 칫솔을 '월간칫솔'이라 이름 붙이고 50만 개를 판매합니다. 네이버에서 1등을 하죠. 이건 그냥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칫솔이라는 제품의 '본질'을 깊이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식당 하나, 가게 하나 하는데 꼭 그렇게 거창한 '본질'을 이야기해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일 여러분이 설렁탕을 판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모두가 설렁탕의 슴슴하고 익숙한 맛을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맛의 저항감도 큽니다. 그래서 조금만 다르게 해도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죠. 제품 자체를 차별화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목포에 있는 한 설렁탕집 사장님은 달랐습니다. 10년 째 설렁탕을 팔아온 이 분은 외식업을 '교육사업'으로 이해합니다. 얼마나 종업원을 잘 교육하고 관리하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시죠. 그래서 손님들의 요구에 대한 대답 뿐 아니라 표정까지도 신경을 쓰십니다. 손님들이 오히려 가게 종업원들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죠.
저는 '스브연'이라는 스몰 브랜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질문을 하죠. 이 분들은 왜 여기에 왔을까, 어떤 필요가 있을까, 무슨 기대를 하고 올까... 이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운영진과 함께 매번 다른 장소와 컨셉으로 회원들을 응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 사교 모임으로 시작했던 '네트워크 파티'는 당장 내일 써먹을 수 있는 실무 강의 시간으로 바꿔가고 있죠. 그리고 서로 서로 돕는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이 모임이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니즈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강사를 모시고 있죠. 그러니 여러분도 따로 시간을 내어 진지하게 질문을 해보세요. 내가 하는 이 일(업)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 대답이 결국 당신의 브랜드를 차별화시킬 것이고, 그게 결국 브랜딩의 완성으로 이어질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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