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식당 대표님을 만났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식당은 메뉴도 다양했다. 그러다보니 함께 온 손님들은 어떤 메뉴를 정할지를 두고 10여분 이상 고민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당연히 회전율에 영향을 줄 수박에 없었다. 식당 주인은 이때부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메뉴를 빠르게 선택하고 주문하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던 차에 전에는 없던 '세트 메뉴'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더했다. 세트 메뉴를 선택한 손님들에게 인기 메뉴인 선지국을 공짜로 주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초대박이이었다. 누가 오든 세트 메뉴를 주문하는 놀라운 일들이 일이났다. 회전율과 메뉴의 단순화를 가져온 놀라운 변화였다.
브랜딩은 2형식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이 문제의 이면에는 인간의 욕구가 있다. 사람들이 맛집에 와서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식당 주인에겐 이 10분의 시간이 바로 매출과 연결된다. 고객도 만족하고 식당도 손해보지 않는 방법은 어디 있을까? 이 식당 주인은 일방적으로 메뉴를 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단골 손님들 중에는 그 사라진 메뉴 때문에 식당에 오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식당 주인은 더 깊이 고민하고 결국 방법을 찾았다. 손님들의 메뉴 선택에 대한 욕구, 즉 문제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다. 바로 시그니처 메뉴를 홍보하면서 회전율과 매출을 동시에 올리는 일석 삼조의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당연히 공부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식당은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런데 이 대표님은 식당과 외식업 경영에 관한 수업만 스무 군데 이상을 다녀왔다고 했다. 식당 하나를 운영하는 일이 얼마나 바쁘고 복잡할지를 생각해본다면 놀라운 일이다. 대학생이 수업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 이 대표님은 여전히 공부하러 다닌다. 바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창의적인 해결책은 어느 날 우연히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지 않는다. 유능한 마케터는 '경우의 수'를 많이 가진 자다. 사례를 두 개만 알고 있으면 두 개의 해결책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10개의 사례를 가진 사람은 10개를 서로 조합해 100개의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밖에 없다. 여기서 간접경험이 바로 '공부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매일 하나의 브랜드를 정해 12단계로 쪼개는 연습을 한다. 마치 궁수가 매일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나는 이 작업을 한 번도 지루하게 여긴 적이 없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브랜드의 해법을 찾아 다녀야 하는 내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간접 경험을 통한 경우의 수다. 앞서 얘기한 식당의 해결을 응용하면 다른 브랜드도 도울 수 있다. 다른 식당의 성공 요소를 이 식당에 응용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눈이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의 문제가 체력이 있다고 보았다. 정신력만 강조했던 과거의 생각과는 180도 달랐다. 그래서 비난을 무릅쓰고 체력 훈련에 올인했다. 그래서 선발될 수 있었던 선수가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이후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해 맨유의 레전드 선수가 되었다. 이렇듯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마케터와 브랜더, 식당 주인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어느 나라에 외동딸인 공주가 병에 걸렸다. 병상에 누운 딸은 왕에게 밤하늘에 뜬 별을 따다 주면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온 나라의 전문가들이 별을 따올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나 답이 나올리 없다. 그때 어느 광대가 찾아와 공주에게 묻는다. '공주님, 달이 얼마나 큰가요?' 공주가 답한다. '이 바보야, 달은 내 손톱만 하잖아. 그것도 몰라.' 그래서 광대는 손톱 크기 만한 달 모양의 보석을 만들어 공주의 목에 걸어준다. 그날로 공주는 병상에서 일어선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 광대는 불가능한 해결책이 아닌 '문제' 그 자체에 집중했다. 지금으로 치면 소비자의 '니즈'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자 전에 없던 해결책이 나왔다. 앞선 식당의 대표가 세트메뉴와 선지술국으로 손님들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문제를 만나면 본질에 집중하자. 판매자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 문제를 바라보자. 사람들이 왜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연구해보자. 사람들이 어떤 트렌드에 열광하고 외면하는지를 연구해보자. 그런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다름아닌 사람들의 숨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앞서 소개한 동화는 그 뒷 이야기가 있다. 왕과 신하는 이 해결책에 놀라면서도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다음 날 떠오를 달을 보면 공주가 지금의 목거리를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광대가 물어보자 공주는 이렇게 답한다. '바보야, 손톱도 자라듯이 달도 다시 자라는 거야. 그것도 몰라.' 그러니 소비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라. 당신이 결코 풀지 못한 모든 문제의 답은 그들에게 있다. 문제도 그들 속에, 그 해답도 그들 속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
* 수신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