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도 브랜딩이 필요할까요?
부산에서 어린이집을 하는 한 원장님이 계십니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원도 시작하셨지요. 사회복지사로 사회에 첫 걸음을 떼었던 그날, 장애인 한 분이 다짜고짜 뒤에서 끌어안는 봉변?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싫지가 않으시더래요. 막내라서 부모님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탓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원장님을 뒤에서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일이 흔하다고 하네요. 조금 닭살 돋는 장면이지만 실제로 있는 일입니다. 이 어린이집의 분위기가 짐작이 가시지요?
그런데 이 어린이집이 원래 이런 분위기였던 건 아닙니다. 어린이집을 인수받은 첫 해는 정말 힘들었다고 하시네요. 아무튼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한 끝에 어린이집은 성장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꼭 시기와 질투의 시선들이 있지요. 하루는 엄마들 사이에 이런 얘기가 돌았다고 하네요. 집에서도 밥을 잘 안먹는 아이들이 그렇게 잘 먹는 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밥이나 음식에 설탕을 탄 것은 아닐까? 이렇게 소문이 돌고 돌다가 결국 어머니들이 떼지어 원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제 막 식사 준비가 끝난 주방에는 갓 지은 밥과 음식들이 가득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일을 겪으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불신과 의혹의 눈초리가 가득한 엄마들을 보며 어린이집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혹 들지는 않았을까요? 그때 원장님은 10초 동안 짧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이 때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결코 어머니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거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주방과 음식을 낱낱이 다 보게 하죠. 그리고 그날 저녁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모든 어머니를 불러 들입니다. 그리고 여차저차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투명 운영을 약속하셨죠. 결국 어린이집은 엄마들의 전적인 신뢰 하에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어떨까요? 조금 다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몰려오기보다 맘 카페에서 의견과 소문을 주고 받죠. 최근에 만난 영어 학원 원장님이 사색이 되어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맘 카페에 비난 글이 계획적으로 올라오는 듯 한데 섣불리 대응을 못하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7년 이상 이런 일을 도맡아해오신 다른 대표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증거를 수집하고 패턴을 분석한 후 법적으로 꼼짝 못하게 할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일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냉철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대응할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요.
브랜딩은 돈이 남아돌아 포장하고 장식하는 멋진 일이 아닙니다. 실전에는 오히려 진흙탕 싸움과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어느 고깃집 사장님은 경쟁사 사장의 집요한 괴롭힘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시청을 찾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식당에 와서 조금이라도 더러운 곳은 사진을 찍어갔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식당은 고깃집 치고는 생소한 오픈 주방에다 깨끗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다름아닌 '신뢰'를 얻을 수 있었죠. 앞서 소개한 어린이집 원장님이 가장 강조한 것도 신뢰입니다. 문제는 이런 신뢰를 어떻게 학부모들에게 진정성있게, 생생하게 보여주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극성?인 엄마들을 비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대개는)하나 밖에 없는 아이를 보내놓고 전전긍긍하는 엄마들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리는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어떤 계기로 신뢰를 얻는다면 그 믿음은 아주 아주 오래 가지요. 첫째를 보낸 엄마들은 망설임없이 둘째도 보내고 주변 엄마들에게도 소개합니다. 되는 곳들이 더 잘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시간으로 모든 평판이 공유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린이집에도, 영어학원에도, 요양원에도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오래도록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진정성과 열정을 가진 원장님들이라면 더욱 그럴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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