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지 않은, 진짜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한동안 재테크와 경제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부자 되기', '월천러', '파이어족' 같은 키워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과거에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 자기실현의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돌보고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흐름은 일견 더 건강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삶이 정답일까요?
우리 부부는 40대 초반에 재혼 후, 우리의 재정 상황과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혼자 치열하게 일하고 저축하며 아이를 키우던 날들, 가장이자 주부였던 날들을 지나, 이제는 진짜 우리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인생을 100세로 본다면,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우리는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재정표를 만들고 계획을 세우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풍요를 좇는 진짜 이유는 '행복'이 아니라 '불안'을 피하고 싶어서라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불안하지 않은 것'과 '행복한 것'을 혼동한 채, 그저 불안을 없애기 위해 삶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좋은 학교, 안정된 직장, 높은 연봉을 목표 삼아 청춘을 바친 뒤, 부모가 된 이후엔 자녀의 삶마저 그 경쟁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에너지, 시간, 돈이 모두 소진되기도 합니다.
문득 이런 피곤한 경쟁의 삶에 의문이 들고, 허무함이 느껴질 때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인생은 원래 불안한 거야. 그 불안을 추진력 삼아서 계속 나아가야 해." 얼핏 들으면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정말 그게 옳은 걸까요?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성장을 전제로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성장이 멈추면 정체로 간주되고, 정체는 곧 위기로 받아들여집니다. 기업은 매년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과잉생산'이 발생합니다. 생산된 물건이 소비되지 않으면 시스템은 멈추기 때문에, 사회는 끊임없이 개인의 욕망을 자극해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개인은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직장과 더 많은 수입을 목표로 삼습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집, 더 비싼 차, 더 많은 교육을 원하도록 만들고, 그 욕망의 핵심 동력으로 '불안'이 작용합니다.
우리는 불안이 개인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라고 믿지만, 사실 그것은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때가 많습니다. 경쟁을 중심에 둔 교육구조와 사회에서 살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도록 유도되고, 멈추지 않는 불안이 사람마다 체화되어 버립니다.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평균 이상이 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압박을 느낍니다.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고, 멈추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사람들을 쉼 없이 움직이게 만듭니다. 이렇게 조장된 불안은 점차 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그 안에서 진짜 원하는 삶을 선택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겪고 깨달은 것들, 그리고 젊은 날 놓쳐선 안 되는 삶의 진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도, 자기 개발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경제에 관한 책도, 재테크에 관한 책도, 자기 개발서도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건 '삶'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해서, 자신의 삶을 재정적으로 소박하지만 내실 있게 운영할 줄 안다면, 불안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생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해져 있지 않기에 더 흥미롭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마침내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삶을 원래 우리가 느꼈던 그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불안을 삶의 중심이 아닌 배경으로 두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기로 했고, 생애 재정표를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더 이상 돈 때문에, 불안 때문에, 삶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이 소박한 기록이 앞으로 다가올 ‘불안’의 시대에 한 줄기 작은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
다음 달 출간될 책 '내 삶의 따뜻한 숫자, 생애 재정표'의 서문입니다.
혹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메일로 회신 주세요.
책의 초고 pdf를 보내드릴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