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마음 속 스승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이른 나이에 고인이 된 고 구본형 선생님입니다. 살아 생전 단 한 번도 직접 만나뵌 적은 없지만 제 삶에 그 누구보다 큰 영향을 끼친 분임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두 번째 대학에 입학할 때쯤 IMF가 찾아왔습니다. 그때 구본형 선생님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벽의 2시간을 활용해 '자기다운' 삶을 고민하고 실천했습니다. 그 결과 그의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2000년을 전후한 그 혼란의 시기에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어린 롤 모델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글쓰고 가르치고 실천하는 노력은 쉼이 없었고 결국 수많은 제자들을 남기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죽음 이후 10년 지난 해에 열렸던 제자들의 추모 행사는 결코 열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런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나이, 다른 성별,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에 대한 혐오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는 요즘입니다. 어른들은 존경을 받기는 커녕, 라떼와 꼰대, 심지어 영포티라는 좋은 의미의 단어까지 놀림과 밈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을 넘어 어느 세대에게도 결코 도움이 될리 없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오는 법입니다. 저는 이 모든 혐오와 불신의 배경에 '시대적 결핍'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닮고 싶고, 배우고 싶고, 따라서 살고 싶은 선배와 어른, 스승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것은 비단 삶의 영역 뿐 아니라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돈 많은, 성공한 재력가는 있을지언정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가이드해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아니, 적어도 각자도생의 시대에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던 어느 날, 큰 실패를 겪은 젊은 사업가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에서 이런 고민을 풀어낼 아이디어 하나가 우리의 대화 속에서 꽃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8년 찬 개인 사업자입니다. 감사하게도 저의 작은 재능과 노력, 운이 따라주어 미대와 음대를 지원하는 두 아이의 뒷바라지를 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과 고민이 가득합니다. 언제까지 혼자서 구멍 가게 같은 사업을 이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날 만난 젊은 사업가도 마찬가지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한 때 수십 억의 투자를 받을 정도의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재기를 노리며 기회를 찾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그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이들은 누구일까. 그가 바로 우리의 선배이고, 스승이고, 어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 정확히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와 솔루션, 기회와 자본을 제공할 수 있는 '후원자(Giver)' 그룹을 상정하고 그들 입장에서 우리 같은 작은 회사(Taker)들을 도울 수 있는 실리와 명분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딘가에 있을 우리들의 비즈니스 선배, 스승, 어른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분들이 기꺼이 시간과 노력, 자본을 후원하며 우리와 같은 작은 회사들을 도울 수 있는 제안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매주 월요일에 모여 고민하고 토론한 결과 다음과 같은 스몰 브랜드 후원 프로그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후원자들이 가장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공 경험과 여유를 가진 분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무슨 제안을 할 수 있을까요? 바로 그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 막 사업을 기획하거나, 시작하거나, 실제로 뛰어들어 고군부투 중인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격려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부나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적인 도움만 주는 것을 원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가능성을 가진 후원자(Giver) 그룹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려보기로 했습니다.
1) 일단 이분들의 경험과 노하우, 솔루션을 담아낸 '출간'을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올 한 해에만 10권의 책을 '비버북스'란 이름으로 출간한 경험을 가진 제가 그 작업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2) 저와 함께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그분들의 패션과 스타일링을 돕기로 했습니다. 그분들의 사회적 위치와 영향력에 어울리는, 일종의 '퍼스널 브랜딩'을 전담해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3) 이 과정에서 발견한 그분들의 지식과 경험을 뉴스레터와 소모임, 다양한 형태의 강연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테이커 그룹에게 제공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기버와 테이커들이 자연스럽게 네트워킹할 수 있는 모임과 행사도 체계적으로 기획, 실행할 예정입니다.
4) 연말에는 일종의 '스몰 브랜드 챔피언스 리그'라는 대형 행사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테이커 그룹인 스몰 브랜드들이 참여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후원자 그룹이 평가한 후 1년 간 모인 기금을 그 자리에서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합니다.
5) 또한 이러한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2026년 한 해에 테이커 그룹을 위한 실전에 가까운 비즈니스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챌린지 형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발된 10개의 팀(스몰 브랜드)만이 연말 행사의 선발 대회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후원자들의 도움이 필요한 작은 회사들, 이른바 스몰 브랜드들에게는 어떤 도움과 유익이 따를까요? 실제로 8년 차 1인 기업으로 일하고 있는 제게는 다음의 세 가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나만의 비즈니스를 세련되게 표현하고 명확한 가치 제안을 할 수 있는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다소 투박할 수 있는 진심을 세련된 마케팅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성수동에 있는 문구 브랜드 '포인트오브뷰'는 연필 하나를 팔아도 '나의 창의적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로 홍보합니다. 이런 '가치 부여'의 과정을 통해 이 브랜드는 수많은 팬덤을 가진 소비자와 소통함은 물론 타 기업들과의 활발한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렇듯 나의 제품과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는 일에는 오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전문가(후원자 그룹, Giver)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대부분의 개인 사업자, 1인 기업, 스몰 브랜드들은 고립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같이 고민하고 조언하고 격려할 수 있는 동료 파트너 그룹과 후원자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세 번째, 실패해도 크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작은 실험실'이 필요합니다. 바로 작은 비용으로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절실합니다. 이 경우 앞서 제안한 후원자 프로그램과 같은 상황에 놓인 작은 사업자 동료들의 응원과 솔직한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후원자와 파트너, 대중들 앞에서 선보일 수 있는 연말 행사의 에너지는 길고 지루할 수도 있는 사업의 여정에 큰 위안과 도움, 때는 용기와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몇 주간 젊은 스타트업 사업가와 나눈 대략의 아이디어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에 가슴 설레며 새벽 3시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저희만의 작은 꿈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지난 8년 간 100여 명에 이르는 스몰 브랜드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며 이런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큰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를 통해 구체화되지 못한다고 해서 이런 필요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어가는 시장과 비즈니스의 구조는 물론 AI로 대변되는 기획, 생산, 홍보에 이른 전 과정의 비즈니스 과정의 변화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자 무브먼트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후원자(Giver) 그룹과 스몰 브랜드 (Taker)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자 합니다.
고 구본형 선생님은 해마다 꼭 한 권 이상의 책을 쓰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이미 오늘 제가 제안드리는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의 제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실제로 그의 직계 제자인 외식업 대표님과 지속적으로 교류 중에 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며 제가 모르는 어딘가에 이런 꿈을 가진 후원자분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는 그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초보 사업가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울 수 있는 영역은 너무도 작기에 감히 이런 글로 후원자 그룹을 간절히 찾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개인 사업자와 작은 회사, 스몰 브랜드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용기가 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고 후원자 그룹이 될만한 분들을 소개하고 추천해주십시요. 그리고 이분들과 함께할 내년 1년 간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십시요. 저희들도 이 작은 꿈을 실현하는데 모든 역량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버커뮤니케이션즈, 비버북스 대표
박요철 드림.
* 구체적인 후원자, 스몰 브랜드 참여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안내토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와 참여,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