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의 실전 스몰 브랜딩 #03. Core Value
코딩을 좋아하는 한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의사가 꿈이었던 그는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하게 되죠. 그리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안락사를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문득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래서 취미로 배운 코딩 실력으로 2개월 만에 유기동물의 입양이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합니다. 바로 동물의 앞발(paw)과 사람의 손 (hand)을 이어준다는 의미의 '포인핸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돈 되는 일은 아니었으나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해 수의사를 포기하고 플랫폼 개발에 올인합니다.
포인핸드는 유기동물을 위한 굿즈를 판매해서 약간의 수익을 남깁니다. 그런데 이조차도 유기동물을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았죠. 하지만 그에게는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유기동물 역시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면 여타의 반려동물과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알렸습니다. 이를 위해 유기동물 사진 전시회도 개최했어요. 맨투맨 가슴에 붙은 철창 모양의 스티커를 제거하는 릴레이 캠페인도 진행했죠. '입양의 의미'라는 캠페인에는 많은 연예인들도 함께해주었습니다. BTS의 제이홉은 포인핸드의 실시간 알림 표시를 자신의 사진에 노출해주기도 했지요. 지금 포인핸드는 반려동물 관련 플랫폼 중에서 압도적인 다운로드 수와 유저 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포인핸드는 선명한 가치를 바탕으로 선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회사입니다. 일종의 사회적 기업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만 '가치'를 창출한다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가치의 사전적인 의미는 쓸모, 혹은 인간의 욕망을 의미합니다. 반려동물을 살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본능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욕망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홍대에서 새우버거로 유명한 '제스티살룬'은 어떨까요? 이 가게는 레트로 스타일의 미국식 캐릭터가 유명합니다. 마치 미국 서부의 레트로한 펍에 온 듯한 분위기로 손님들을 반기죠. 미국에 가본 사람에게는 추억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색다른 경험을 줍니다. 이것 역시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준다는 의미에서 분명 색다른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이란 결국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제스티살룬은 새우버거 가게지만 미국 서부의 레트로한 펍의 분위기도 팝니다. 그래서 전원 스위치는 물론 화장실에까지 아주 디테일한 느낌들이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이 가게의 대표는 마초적인 서부 시대의 바이브를 좋아했습니다. 자신의 매장에 온 사람들에게 온전히 미국에 온 듯한 경험을 주고 싶었죠. 대학생 때부터 창업을 해본 그는 처음부터 브랜드 컨셉을 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제스티살룬인 셈입니다. 이영자도 울고 간 새우버거, 그 결과 우리나라 수제 새우버거의 시장은 한층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모든 성공한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핵심가치'를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의 가치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물론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인 파타고니아도 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 정신을 추구하는 레드불도 있죠. 환경과 사랑, 동물이 전부인 러쉬도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이 가치인 드비어스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들의 가치 역시 비즈니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품을 팔 수 없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허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대단한 브랜드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포인핸드와 제스티살룬이 글로벌한 브랜드로 자라 앞선 브랜드의 대열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어린 창업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품도 서비스도 아닌 이 가치입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에 어떤 기여를 할지를 설득하는 것은 그들의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마 우리나라도 앞으로 같은 길을 걷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모든 걸 떠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어떤 목표가 필요합니다. 바로 그것이 가치이고, 그것이 미래의(어쩌면 지금의) 소비자들을 움직일 것입니다. 그것이 창업을 앞둔 우리가 굳이 핵심가치를 강조하는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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