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 출신 고깃집 사장님이 브랜딩을 한다면?
고깃집 사장님을 만났다. 유도와 격투기를 했던 분이라 만나던 당일도 스쿼트만 500개를 하고 오셨단다. 나이를 물어보고 깜짝 놀랄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분이시다. 항상 웃는 얼굴에 사투리마저 귀여운 이 분은 그런데 정말 '고기'밖에 모른다. 식당에서 가까운 7평 남짓한 연구소에서 하루 종일 고기 숙성에만 매달린다. 그래서인지 손님 응대는 영 서툴다. 운동한 몸에 놀라는 손님들 때문에 홀에 나가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무엇보다 고기를 보고 썰고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사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처음부터 끝까기 고기와 숙성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오직 고기 하나만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워낙 많은 사장님들을 만났던지라 약간은 허언인줄 알았다. 다만 유도하는 딸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니 궁금하긴 했다. 같이 운동하는 선수는 물론 교수님까지 매번 고기를 먹으로 온다니 호기심이 일었다. '고기는 고기서 고기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집에 들고와 종류별로 구워 먹었다. 당일은 별 표정이 없던 딸이 그 다음날 이렇게 말했다.
"아빠, 그 고기 대박이야."
이 집 고기는 특이하게 된장과 효소로 숙성을 시킨다. 핏물을 완전히 뺀 후 건조를 막기 위해 된장을 바르고 발효된 효소로 핏물의 빈 자리를 채운다. 그래서인지 목살도 맛있다. 이 집 목살은 구운 뒤 오래 두어도 촉촉하다. 에어프라이에 구워도 그 식감이 살아 있었다. 와이프가 여행을 가는 친구 집에 얼마간의 고기를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이 되자 고기를 좀 더 구할 수 없냐는 얘기를 들었다. 이쯤 되니 나조차도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 문제는 마케팅이다. '좋은데 어떻게 알릴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난게 바로 '커피 리브레' 같은 로스터리 회사였다.
커피 리브레는 사장님이 유명하다. 전세계 커피 로스팅 대회에서 우승을 한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매장보다 커피 납품에 집중한다. 커피 리브레의 로고를 단 제품들이 전국의 카페에 공급된다. 다행히? 고깃집 사장님과 사모님도 매장을 운영하고 늘리는데 부담을 느끼고 계셨다. 무엇보다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게 옳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와디즈 펀딩을 제안드렸다.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이 고기맛만 보고도 만족한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그냥 후라이팬에 구워도 맛있는 고기라면 온라인 판매도 문제없겠다 싶었던 것이다.
여러 식당과 가게를 만나면서 매번 평범한 사실들이 진리임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고기리막국수'는 맛도 맛이지만 그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먼 길과 긴 웨이팅을 감내하고 기다린다. 대갓집 잔치에 조용히 초대받은 기분이랄까. 단순한 막국수인데도 파인다이닝 식당 메뉴처럼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러니 아무리 비슷한 맛의 막국수를 제품을 개발해도 그만큼의 매력은 느끼지 못한게 사실이다. 고기리막국수의 장점은 그 맛을 넘어선, 손님을 대하는 매장의 분위기와 환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깃집의 장점은 다름아닌 숙성의 맛이다. 미맹이 아니라면 금방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차이가 확실하다. 그러니 이 두 식당의 마케팅, 브랜딩 전략은 달라야 한다. 이 고깃집은 맛을 돋보이게 하는 패키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랩앤고의 시스템도 도입해볼만하다 싶었다. 고기를 먹고 나면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춘천감자빵이나 노티드 도넛처럼 선물하기 좋은 메뉴다. 과연 이런 아이디어들이 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연말쯤이면 그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론이 아닌 실전에서 브랜딩을 배운다. 이 고깃집 사장님은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한 번 출연하기고선 온 몸이 땀에 젖었다고 한다. 장점이 확실하신 분이다. 이런 숨은 고수들을 만나면 온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글을 쓰기도 참 편하다. 와디즈에 어떤 식으로 글을 쓸지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있는 그대로 쓰되 되도록이면 쉽게, 장점이 돋보이도록 쓰면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의 장점이다. 누군가는 환대를, 누군가는 연구를, 누군가는 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그들만의 퍼스널 브랜딩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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