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동물원이 하나 있습니다. 연 30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일본 최고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바로 그곳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 동물원은 입장객의 급격한 감소로 폐원 위기까지 갔었습니다. 그러자 고스게 마사오 원장은 직원들과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들은 왜 우리 동물원을 찾지 않을까?” 그러자 다양한 원인이 나왔습니다. 산악지대, 불편한 교통, 열악한 기후 환경(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작은 규모, 희귀 동물의 부재 테마파크의 등장 등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는 사실 '제약 조건'이나 '사실'에 가까웠죠. 그래서 고스게 원장은 조금 다른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금 다른 답들이 나왔습니다. ‘단순히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서가 아닌 생태의 경이와 생명의 존엄성, 나아가 사람과 동물의 올바른 공존을 배우기 위해서’라는 동물원 본연의 목적을 상기하게 된 거죠. 사실 기존의 동물원은 이런 본연의 의미와는 달리 동물들을 좁은 우리 안에 가두어 키우는 공간이었습니다. 관람객은 축 늘어져 앉아 있거나 자고 있는 동물들만 보게 됩니다. 즉 고스게 원장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문제를 ‘불편한 교통’이나 ‘테마파크의 붐’이 아닌 동물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동물원의 전시 시스템’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지자 다른 해법들이 도출되기 시작합니다.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하는 오랑우탄을 위해 높은 기둥을 밧줄로 연결한 공중 방사장을 만들었습니다. 원숭이가 사람보다 높은 장소에서 지낼 수 있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줄였습니다. 낭떠러지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염소의 야생성을 살리기 위해 절벽도 만들었죠. 관람객이 호랑이 우리 아래로 지날 수 있게 만들어 호랑이 발톱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결과 아시히야마 동물원은 지금과 같은 생기 넘치는 최고의 동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주, 스브연 운영진들과 함께 1박 2일의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애써 준비한 행사 현장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 100여 명의 회원 중 오프 모임에 단 한 번이라도 참석한 사람이 40여 명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지방이라든가,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처럼 질문 자체를 바꿔보기로 했죠. "스브연은 왜 존재해야 하지?" 그러자 얼마든지 다른 모임이나 유튜브로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렘들에 힘을 쏟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브연 회원들에게 진짜 필요한 모임과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일단 우리는 설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더 깊은 회원들의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선 일종의 '가설'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월의 네파(네트워크 파티)입니다. 형식과 내용을 바꾼 모임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네파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내부 회원에게 강연을 부탁했습니다. 당장 적용 가능한 실무적인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죠. 그렇게 12단계의 브랜딩 프로세스와 릴스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그러자 참여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자신의 창업을 위해 그날의 교육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적용해보겠다는 회원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네파 역시 이 두 가지 원칙, 그러니까 내부 강사와 실무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듭니다. 토끼는 왜 경주에서 졌을까요? 달리기 능력이 아니라 '자만심' 때문이었습니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영화 속 이유진은 오대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왜 가뒀는지가 아니라 왜 풀어줬는가'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이죠. 솔로몬 왕은 친모를 가려내기 위해 아이를 죽일 것을 명령합니다. 본질은 친모가 아니라 '사랑'임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연인들이 자주 다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여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남자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남은 6개월의 여정을 이렇게 좋은 질문을 발굴하고 해답을 찾는 일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7명 운영진의 공저로 엮어보려 합니다. 내년 3월 부터 시작될 시즌2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에 스브연은 왜 만들어졌는가? 그 답이 바로 우리들의 '브랜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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