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꿈을 꾸었습니다. 대부분의 꿈이 그렇듯이 깨고 나니 기억이 금새 모호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뭔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려야만 생존이 가능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구성원들은 칭찬받고 있는데 유독 우리 팀원들만 핀잔을 듣고 있는게 아닙니까. 분한 마음에 회의를 소집하고 뭔가를 목소리 높여 주장하다가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나이도 취향도 비주얼에는 약하다고 생각해 계정만 늘려나가다 포기한 채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을 찍어야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내게 '읽어달라고 애를 쓰는 외침'들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간판, 광고판, 안내문구, 매장 벽에 붙은 다양한 카피들을 더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은 때로는 외치고 때로는 속삭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 어느 성형 외과는 '예쁜게 DA야'라고 쓰고 있었습니다. DA성형외과였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ABsolute beauty' 카피로 바뀌어 있더군요. 이번에는 AB성형 외과의 광고였습니다.
사실 그냥 광고려니 하고 지나치면 아무런 영감도 주지 못하는 카피들입니다. 하지만 잘 쓰고 못쓰고를 지나 세상이 내게 거는 말들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재밌어집니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파는 할머니들도 호객 행위를 합니다. 심지어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골판지에 뭔가를 써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곤 하죠. 제가 아는 유머 강사 대표님은 이런 할머니들의 카피를 대신 써드리고 매출을 6배나 올리셨다고 했습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스토리가 또 있을까요.
최근엔 교대에 있는 '내인생치과'의 카피를 제안드린 일이 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병원 문과 벽에 쓸 내용들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뱡원 브랜드북 작업으로 모아두었던 환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카피로 대신 써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병원에 오기 위해 지하철을 3번 갈아탔어요. 그래도 다른 병원에 갈 생각은 전혀 없답니다.” 85세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이 한 마디가 떠올라 카피로 제안드렸습니다. 그 어떤 광고보다 호소력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이든 브랜딩이든 '팔고자 하는' 행위 중 하나인 것이고, 이럴 때 핵심은 '남다른 설득'이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보는 능력입니다. 어느 발명가가 개발한 치간칫솔이 잘 팔리지 않는다며 회사 팀장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오랜 만남 끝에 '인스턴트 미니칫솔'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칫솔도 치간칫솔도 아닌 휴대용 작은 칫솔은 외국 바이어의 눈에 띄어 대형 마트와 협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용도를 생각해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브랜더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 중에 하나가 '일상을 다르게 보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유려하고 놀라운 문장력이 아닙니다. 그건 시인과 소설가들의 몫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전달할 남다른 관점과 깨달음을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작업에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내 인생 첫책 쓰기 부트 캠프'입니. 단 7명과 함께 12주 동안 이런 훈련을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책을 쓰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자 시작했지만 그 목적이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특별하게 어필하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도 독려할 생각입니다. 이것이 내가 꿈에서도 찾고자 했던 그런 솔루션들이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관찰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솔루션을 도출해내고 싶습니다. 그 자리가 지금 단 2자리 남았습니다. 이런 훈련이 필요한 분들이 꼭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