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판교에 있는 어느 식당의 홀 매니저로 일할 때였습니다. 식당 셰프는 탁월한 국물맛을 내는데 집착했습니다. 그래서 비싼 꽃게를 사다가 오랜 시간 육수를 내어 짬뽕 국물에 넣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죠. 하지만 매출은 점점 줄었고 결국 와이프가 주방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는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뉴얼대로만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매출이 30%나 늘었어요. 도대체 그 이유가 뭐였을까요?
매뉴얼대로 음식을 만드니 조리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나오자 손님들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회전율이 함께 올라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손님들은 이 음식점에서 엄청난 맛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딱 다른 집의 짬뽕맛까지를 원했어요. 그대신 오피스 상권이니 만큼 빨리 먹고 빨리 나가기를 원했습니다. 그 손님들의 필요와 욕망이 부합되니 매출이 늘었던 겁니다.
와이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숨은 필요'를 읽는 일이어야 합니다. 탁월한 국물맛을 내는 소위 장인 정신은 적어도 이 가게에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들이 이 '탁월함'에 집착합니다. 장사가 아닌 예술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정말 사람들이 그걸 원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게다가 생존이 어려운데 장인 정신을 발휘하면 뭐하나요. 중요한 건 딱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이 벌리고, 그래야 브랜딩도 마케팅도 가능해집니다.